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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증언과 여성시편

제목

시편 71편 성폭력 피해자들의 기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4.12
첨부파일0
조회수
74
내용

시편 71편

 

성폭력 피해자들의 기도

 

1. 하나님, 당신의 등은 언제나 따뜻한 어머니 숨결입니다.

   하나님의 등에 업히어 오랜만에 단잠을 자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조롱소리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습니다.

 

2. 나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정의의 하나님, 당신입니다.

   나를 도우시고, 이 수렁에서 건져 주십시오.

   영원토록 약자 편에 서기를 즐겨하시는 하나님, 

   내 말에 귀를 기울이시고, 내 형편을 두루 살펴 주십시오.

 

3. 하나님은 어릴 적 내가 몰래 숨곤 하던 장롱 속처럼

   그렇게 비밀스레 나를 보듬어 주시고 숨겨 주십니다.

   내가 어느 때나 찾아가서 붙들고 하소연해도

   외면하지 않으시는 하나님, 

   당신은 내 존재의 견고한 탯줄과도 같습니다.

 

4. 세상의 모든 약자와 상처 입은 자의 하나님,

   내 삶이 더 이상 불한당 같은

   폭력배 놈들에게 유린당하지 않도록

   불꽃같은 눈으로 지켜 주십시오.

 

5. 어려서부터 나는 착한 아이였습니다.

   나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여자답게, 얌전하게 처신하며 살았습니다.

   길을 걸을 때도 사내들 눈과 마주칠까봐

   땅만 보며 걸었습니다.

   미니스커트 한번 못 입고 빨간 루즈 한번 못 바른

   조신한 처녀가 바로 나였습니다.

 

6. 나는 태어날 때부터 하나님 안에 있었습니다.

   아니, 적어도 하나님의 생생한 숨결에 젖어 산다고 믿었습니다.

   하나님은 십브라와 부아처럼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생명을 받아주시는

   산파라고 믿었습니다.

 

7. 그런데 내 삶에 '그 일'이 덮쳤고, 당신은 침묵하십니다.

 

8. 내 잘못이 아니었다고 아무리 자위해도

   나를 향하는 손가락질들이 칼이 되어 심장에 박힙니다.

 

9. 과거를 변명할 수도, 미래를 꿈꿀 수도 없습니다.

   내 시간은 그 날 이후로 정지해 버렸으니까요.

 

10. 착하기만 했던 내 삶이 송두리째 분열되고 파괴될 때

   조선의 순결이데올로기는 차라리 은장도를 슬며시 내미는군요.

   세상의 이중잣대가 나더러 '더럽다'고 침을 뱉는군요.

 

11. "너는 더럽혀진 몸이다. 감히 그런 몰골로 성정 문을 넘어?

   어디 음탕하게스리, 거룩하신 하나님도 널 버렸으니

   너는 이제 우리 밥이다!"

 

12. 모태에서부터 나를 아시고 조성하시고 길러주신 하나님,

   내 생명을 어여삐 여기사 힘을 주십시오.

   어서 달려 오셔서 도와주십시오.

 

13. 내가 잃어버린 것은 순결이 아닙니다.

   누구도 범접치 못할 존재의 온전성/거룩성/아름다움.

   당신이 회복시켜야 합니다.

 

14. 나에게 돌을 던지는 자들이

   도리어 부끄러워 고개도 못 들게 해주십시오.

   내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바라새인들과 남성중심의 윤리, 제도…

   그것이 바로 내 아픔의 근원입니다.

 

15. 실낱같이 고개를 드는 새로운 희망 하나 ―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입니다.

   내 눈의 눈물을 씻어주시는 하나님,

   부디 세상의 온갖 편견을 모조리 거두어 주십시오.

 

16. 조개의 상처에 자꾸 딱지가 앉아 아물어가면서

   진주가 탄생하듯, 내 고통에 날개를 달아 주십시오.

 

17. 왜 하필이면 나한테 그런 일이 닥쳤냐고 묻지 않겠습니다.

   내 잘못도 아니고, 하나님이 꾸며낸 일도 아니니까요.

   인생이란 어차피 모순투성이, 누구에게나 나름대로

   서러운 한(恨)이 있는 것 아닙니까?

   그 아픔을 등에 지고 한걸음 또 한걸음 떼며

   우리도 골고다를 올라가는 것 아닙니까?

 

18.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지울 수 없는 기억과 상처 때문에

   여전히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기가 두렵습니다. 

 

19. 그러니 하나님, 내 손을 잡아 주십시오.

   내가 떨쳐 일어나 반듯이 설 수 있도록 떠받쳐 주십시오.

   내 분노에 같이 떨며, 내 고독에 같이 외로워하는

   위로의 하나님, 친구 같은 하나님을

   나는 오고 오는 세대에 전하렵니다.

 

20. 당신은 해방과 평등의 하나님인 것을 알기에

   내 숨통이 트입니다. 내 인생에 비록 재난과 불행이 많아

   사람들은 '팔자가 사납다'고 놀려대지만,

   나에게는 하나님이 있어 위로가 됩니다.

   하나님은 죽어있던 나의 기를 다시 살려 주셔서

   무덤같은 시간을 박차고 소생하게 도와주실 것입니다.

 

21. 나를, 윤간 당하고 갈기갈기 찢긴 레위인의 첩이나

   근친강간 당한 다윗의 딸 다말처럼 버려두지 마십시오.

   내 삶을 전보다 더 잘되게 하셔서

   세상 사람들로 하나님의 살아계심에 놀라 자빠지게 하십시오.

 

22. 하나님이 여는 새 세상, 하나님이 세우는 새 질서가

   '이미/아직'의 줄다리기를 합니다. 나를 통해 이미 경험되었으나,

   아직 이 땅에 편만하지는 않습니다.

   그 날에 내가 북 치고 장구 치며 맨발로 앞장서서

   부활의 노래를 부르렵니다. 그러나가 지나온 세월에 속이 상하면

   땅에 풀썩 주저앉아 구성지게 '한오백년'을 뽑으렵니다.

 

23.하나님은 나의 웃음, 나의 눈물, 내 넋두리도 달게 받아 챙기시는 분.

   내가 짓밟힐 때 함께 계서서 유린당하고,

   내가 골백번도 더 죽음을 생각할 때 나보다 먼저 달려가 죽으신 분.

 

24. 하나님이 그 눈물로 내 몸 구석구석을 닦아주시며

   "거룩하다, 거룩하다, 내 딸아, 거룩하다!" 속삭이심으로

   나는 다시 태어나 노래합니다.

   나를 수렁 속에 던져 넣고 내 불행만 노리던 자들,

   한 번의 죽임으로도 성에 안차 두 번 세 번

   나를 죽인 세상의 눈들이

   오히려 하나님 앞에 수치를 당하고,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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