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69편
정신대 여성들의 기도
1. 하나님, 저희를 구원해주십시오.
목까지 더러운 구정물이 찼습니다.
2. 발붙일 곳이 없는 깊고 깊은
성폭력의 수렁에 빠졌습니다.
이 고통의 수렁 깊은 곳으로 빠져 들어갔으니,
탄식의 큰 물결이 나를 덮습니다.
3. 목이 쉬도록 부르짖다가, 이 몸은 지쳤습니다.
눈이 빠지도록, 우리는 우리 민족의 하나님을 기다렸습니다.
4. 우리를 겁탈하는 자들이 우리의 머리털보다도 많고,
저항 할 새도 없이 우리를 덮치는 자들이 우리보다 강합니다.
5. 하나님,
당신은 우리의 곤고함을 잘 알고 계시니
우리가 당한 일을 다신 앞에 감출 필요가 없습니다.
6. 하나님,
우리가 당한 수치와 멸시를
우리 후대들이 당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7. 우리 민족 때문에 우리가 욕을 먹고,
온갖 모욕을 다 받았습니다.
8. 해방이 되어 지칠 대로 지치고
찢겨진 이 몸 조국에 돌아와 보니
친척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어머니의 자녀들에게마저
낯선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9. 민족의 약함 때문에 희생당한 내 순결은 고통의
불길이 되어 나를 태우고 삼킵니다.
10. 우리가 금식하면서 울었으나,
그것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망신거리가 되었습니다.
11. 우리가 베옷을 입고서 슬퍼하였으나,
오히려 그들에게는 말거리가 되었습니다.
12. 성문에 앉아 있는 남자들이 우리보고
정조를 잃어버린 더러운 계집들이라고 빈정거립니다.
13. 그러나 하나님, 하나님의 미쁘심으로
우리를 이 절망의 수렁에서 끌어내어 주십시오.
14. 우리를 조롱하는 자들에게서 지켜 주시고,
이 깊은 수렁에서 우리를 건져 주십시오.
15. 더 이상 절망의 큰 물결이 우리를 덮어서
깊은 물속에 빠지지 않게 해주시고,
무지한 자들이 입을 놀려 우리를 삼키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16. 하나님, 하나님의 사랑은 한결같으시니,
우리에게 응답해주십시오.
하나님께서는 긍휼이 풍성하오니,
우리에게로 얼굴을 돌려주십시오.
17. 하나님의 딸들에게,
하나님의 얼굴을 가리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에게 큰 고통이 있으니,
어서 우리에게 응답해 주십시오.
18.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를 구원하여 주시고
우리를 가난과 고달픔에서 건져 주십시오.
19. 하나님은 우리가 받는 수치를
잘 알고 계십니다.
우리가 받는 부끄러움과 망신도
잘 알고 계십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자들이 누구인지도,
하나님은 다 알고 계십니다.
20. 수치심에 갈기갈기 찢어진 우리의 마음은
아물 줄을 모릅니다.
조국의 멍에를 대신 지고 만신창이로 얼룩진 상처를 입고 있건만
동정 받기를 원했으나 아무도 없었고, 위로 받기를 원했으나
아무 것도 찾지를 못했습니다.
21.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달라고 하면
일본은 거지 동냥 주듯 국민기금이나 준다고 하고,
명예회복을 위한 배상을 해달라고 하면
65년도 한일협정 때 우리정부가 받은 몇 푼의 돈으로
모두가 끝났다고 합니다.
22. 그들이 꾸민 국민기금이 도리어
그들이 걸려서 넘어질 덫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들이 누리는 평화가 도리어
그들이 빠지는 함정이 되게 해주십시오.
23. 비록 그들이 눈이 어두워 못 볼지라도
이제 조국의 자매들, 딸드이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우리의 눈물을 씻겨줍니다.
24. 역사의 뒷켠에 팽개쳐 두었던 우리의 거지지 않는 고통을
교회여성들이 먼저 알아주었고 우리의 억울한 이야기를 해결하고자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결성하였습니다.
25. 50여 년간 참았던 한 맺힌 분노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나는 조센삐”였노라 용감하게 나선 김학순,
태국에서 “나도 그”였노라고 증언한 노수복,
그림을 그려 분노와 수치를 세상에 호소한 강덕경,
20만명의 꽃다운 조선의 딸들이,
그 어리디 어리고 순하고 가난했던 친구들이
그렇게 스러져 갔음이 이제야 알려졌습니다.
초토 같았던 우리의 지난날이
전쟁 시에 여성에게 가한 범죄의 역사로 드러났습니다.
26. 우리들의 아픈 수치와 분노의 폭로는
우리의 자매 딸들을 울리고
일본의 민족 말살 획책에 분노로 떨게 하였습니다.
아픈 상처를 덧 쑤시고 다니는 일본을 향해
정의의 종주먹을 휘두르게 합니다.
27.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의 수요시위
정의를 외치는 의로운 자리입니다.
“진상을 규명하라” “전쟁범죄를 인정하라”
“공식으로 사죄하라” “전범자를 처벌하라”
“추모비와 사료관을 건립하라”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
'역사교과서에 기록하고 후손들에게 가르쳐라”
28. 그 외침은
불의한 자들을 생명책에서 지워 버리고
의로운 사람의 명부에서 지우는 일입니다.
불의가 정의 앞에 굴복하여
역사의 교훈을 삼는 일입니다.
우리의 외침에 드디어 일본의 양심세력들이 사죄를 하고
자기들의 정부에게 범죄를 인정하고 사죄하라고 들쑤십니다.
29. 가난하고 상처받은 우리의 외침은 메아리가 되어
우리와 같이 짓밟힌 아시아 여성들의 울부짖음과 분노로 가득 차서
일본의 범죄심판을 요구하고
마침내 유엔의 인권위원회로 하여금
일본의 ‘전쟁 중 성(性)노예 범죄’를 사죄하도록 권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