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지금까지 우리는 사회적 혼란 상태를 경험하여 왔습니다. “과거가 현재 우리를 구해줄 수 있을까?”라고 탄식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리스도인임을 놓지 않고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역사적 흐름의 한가운데 있으며, 더 나은 세상으로 갈 것이라고 믿고, 하나님의 나라가 속히 이 땅 위에 이루어지길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여신협은 이제까지 역사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하게 실현시켜 보지 못한 여성 존재를 위해 오랜 시간 충심으로 헌신해 왔던 공동체입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역사를 역행하고 있는 듯한 사회 모습을 볼 때 더 실망하고 더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상황은, 권력 독점을 위한 정치화 과정에서 이 힘을 쟁취하기 위한 물리적 폭력 행위를 도모하거나 합리적인 비판을 방어하며 강압적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는 존재가 바로 종교이고, 그 주축에 한국교회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 한반도 땅에서 대한민국 국민 또는 민주주의 시민으로 산다는 것,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물으며 또 한 번 숨을 내리 쉽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우리가 여성이며 힘없는 일반 시민에 불과하다는 자의식과 무기력감 속에 움츠러든 채 있도록 가만두지를 않습니다. 마치 거대한 힘으로부터 소외된 채 부동자세로 얼어있듯 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여성이 권력 중심으로 뛰어들어 가야만 한다는 말이 아닐 것입니다. 사회적 권력이 여성과 남성을 구분지어 분열의 정치를 만들어갈 때, 그리고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공포의 정치를 형성해갈 때, 또 여성만이 정의롭고 순수한 존재냐고 홀로 한국교회 교인이냐고 만류할 때, 오히려 우리는 그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자유로운 존재이며 이성적인 존재이며 늘 새로워질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우리 스스로 증명해내야 할 이유를 다시 상기하게 됩니다.
혼자서는 지치기 쉽지만, 함께 하는 우리는 그리스도로 인해 새롭게 변할 수 있는 존재로서 우리가 사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우리 삶의 방식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시작은 우리로부터의 시작일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이 진리가 주는 기쁨인지 아는 우리가, 정의를 기쁘게 실천하는 우리가, 정의와 사랑의 하나님을 그대로 닮은 우리가 삶으로 살아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그리스도의 하나님 되심과 우리가 그 창조주 하나님의 존귀한 자녀라는 진실이 우리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먼저 예수께서 보여주신 모습 그대로, 먼저 두 팔 벌려 맞아주신 그 환대의 기쁨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무기력에서 벗어나 서로를 인정해주며, 서로가 서로에 대해 팔을 벌려 맞이하려 합니다. 모두가 사고와 실천의 주체여야 한다고 주장하기 이전에, 사랑과 은혜를 먼저 입은 사람이 먼저 주인 역할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사랑은 두려움을 내어 쫓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올 한 해는, 우리가 받은 기쁜 소식을 먼저 전해봅시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공동대표
신혜진, 이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