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위기에 처한 여태아(女胎兒)들의 기도
1. 뭇 생명을 창조하신 하나님,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가 소리없이 무더기로 죽어 나가는데
하나님마저 우리를 버리십니까?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태중에서 살해당하는
우리가 불쌍하지도 않으십니까?
2. 첫사람 아담과 하와를 평등하게 지으신
그 태초의 순간을 기억해주십시오.
여성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신
그 뜻을 기억해주십시오.
3. 이제 우리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하나님의 눈동자를 돌려주십시오.
폐허가 된 우리 어머니의 가슴을
하나님께서 쓸어 주십시오.
5.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이 따의 강박적인 남아선호사상과,
그 씨중심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는 사회제도 윤리가
어머니의 자궁에 '승리의 깃대'를 꽂았습니다.
5. 그 깃발 아래서 우리의 어머니들이
무력하게 쓰러져 가는 것을 봅니다.
6. 우주에서 유일하게 생명을 키우는 곳 지구처럼
둥글고 아름답고 거룩한 어머니의 자궁은
이제 더 이상 어머니의 것이 아닙니다.
7. 생명의 담지자인 어머니에게는 기본적인 결정권도 없습니다.
이 땅의 여자들이 왜 아직도 삼종지도(三從之道)의 노예로 살아야 하는지,
시어머니도 여자면서 왜 딸 낳은 며느리를 구박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8. 아들 숭배자들은 생명의 고귀함을 잊어버리고,
어머니의 인권마저 짓밟은 채, 딸들의 살 권리를 빼앗아 갑니다.
9.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지구상 대부분의 가부장적 나라들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일이 얼마나 오래 갈지를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디서부터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할지,
책임소재가 누구한테 있는지, 모두가 손을 내저을 뿐입니다.
10. 하나님, 생명의 존엄성을 묵살하는 자들을
언제까지 그대로 두시렵니까?
11. 어찌하여 하나님께서 여성에게 불공평한
그릇된 사회제도와 윤리를 외면하고만 계십니까?
12. 하나님은 세상의 모든 탯줄과 젖줄의 근원이십니다.
13. 생명의 하나님,
연약한 핏덩어리인 우리 생명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14. 공중 나는 새와 들에 핀 백합화도 돌보시는 하나님,
가련한 딸들의 생명을 지켜 주십시오.
15. 우리에게도 선한 꿈이 있습니다.
세상에 인간으로 나서 한번 멋있게, 신명나게 살아보는 꿈입니다.
16. 아들도 하나님의 것이요, 딸도 하나님의 것입니다.
모두가 존엄한 생명입니다.
17. 세상의 모든 딸들이 소중한 꿈과 희망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붙잡아 주십시오.
18.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억압과 희생을 강요하는 자들은
하나님을 모욕하는 자들입니다.
19. 이 땅의 여성들이 당당하게 활개치고 다니며
제 몫의 생명을 마음껏 펼치도록
하나님께서 힘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20. 사회의 음지마다, 구석구석 스며있는
여성에 대한 못된 편견과 고정관념이 물러가게 해주십시오.
21. 부당하게 억눌린 자가 좌절과 체념의 늪에서
고통당하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22. 하나님, 일어나십시오.
딸의 인생이 가련하여 종일 눈물로 한숨짓는
우리 어머니의 슬픔을 기억해 주십시오.
23. 여성의 생명을 경시하는 음모가 오늘도 어머니의 자궁을 욕되게 하니,
부디 하나님의 딸들을 잊지 마십시오.
이 땅에서 여성의 씨가 마르면 지구도 한낱 황폐한 불모지가 되고,
생명 없는 무덤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