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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서울국제도서전 주목 여성 작가 ‘4인4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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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4호 [문화] (2013-06-25)
신유리


201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상의 탈출을 감행한 색깔 있는 여성 작가들을 만났다. 라디오 작가 출신으로 혼자 세계 곳곳을 돌며 ‘그 여자의 여행가방’을 꾸린 이하람 여행작가, 18년간의 기자 생활을 접고 세 번째 여성 시리즈 ‘여자인생충전기’를 쓴 안은영 작가, 유럽 한류의 주역으로 여섯 번째 단편 모음집 ‘일요일의 철학’을 펴낸 조경란 작가, 16일 발간 즉시 판매 순위 7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킨는 소설 ‘28’의 정유정 작가 네 사람이 주인공이다.



▲ 201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이하람, 안은영, 조경란, 정유정 작가(왼쪽부터) ©여성신문
이하람 ‘여행, 기억되는 순간을 만드는 일’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끊고 여행을 떠났다. 배낭 하나 메고 유럽, 터키, 이집트, 일본, 몽골 등 여덟 나라의 26개 도시를 2년에 걸쳐 돌고 돌았다. 그러고 나니 여행작가가 되어 있었다.

여행에는 삶이 모두 들어 있다. 아무리 찾아 헤매도 보이지 않던 자신, 그리고 눈여겨보지 않던 타인의 모습까지도. “제가 여행에 가까워지고 일상에서 멀어질수록 자신에게 가까워졌어요.” 틀과 규칙으로 만들어진 일상에서 자신을 싸고 있는 껍데기를 벗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하람씨는 현지에 머무르는 여행을 즐긴다. 타인의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행 끝에 남는 것은 소중한 사람들이더라고요.”

이집트에서 강탈을 당할 뻔했지만 현금인출기가 고장이 나 다행히 모면했던 간담 서늘한 일도 겪은 이하람 씨. 여자 혼자 여행 다니는 게 무섭지 않으냐고 물으니 “여행을 가면 현지에 많이 와본 것처럼 행동하고 강한 척 하고 다닌다. 그래도 여자라서 조심하게 되는 건 있다. 밤이 무서운데 그걸 빼면 오히려 더 좋을 때도 많다”고 답했다.

이하람씨는 “국제도서전을 와 보니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에 온 기분이 들어 즐겁다”는 소감과 함께 세계여행 팁을 알려주었다. 유럽은 추운 곳이 많아 5~6월이 좋고 여름엔 우기가 없는 인도네시아 발리가 좋단다. 가을에서 겨울 사이엔 히말라야 트래킹을, 겨울엔 따뜻한 인도로의 여행을 추천했다. 티켓 예약을 할 때는 실시간 항공권 예약 사이트 탑항공(www.toptravel.co.kr), 숙소 예약을 할 때는 전 세계 호텔 예약 사이트 아고다(www.agoda.co.kr)가 편리하다고.

안은영 ‘충전, 젊음을 건널 때 한 번쯤’

“처음 여자에 대해 쓸 때, 여자의 과도기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여자니까 여자에 대해 쓰는 게 아니라 여자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조가 생긴다는 게 긍정적인 진화라 여겨졌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과의 소통이 재밌었어요.”

안은영 작가의 ‘여자 인생충전기’(2013)는 ‘여자 생활백서’ 1권(2006), 2권(2007)과 ‘여자 공감’(2010)에 이은 세 번째 여자 시리즈다. 연예부 기자로 10년을 넘게 일한 안은영씨의 주독자층은 여성이다. 그래서 여성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한 게 벌써 8년 전의 일. 2011년 겨울, ‘항상 다음 스텝을 겁냈기 때문이구나. 스스로를 갉아먹기보다는 한번 쉬어보자’며 사표를 던졌다. 이번 책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직업을 내려놓고 자유인으로 쓴 첫 번째 작품이다.

“목적이 분명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를 담았어요. 기자는 남의 얘기를 쓰고, 작가는 자신의 얘기를 쓴다는 게 차이죠. 기사 쓰기는 괴롭지 않았지만 작가로 글을 쓰는 건 괴로운 일이에요. 그럼에도 이 괴로움이 전 행복하고 또 좋아요.”

직업병 탓에 지금도 독촉하지 않으면 글을 잘 안 쓴다는 안은영씨. 그래도 책 읽기만큼은 밥 먹고 숨 쉬는 일처럼 항상 함께다. 해온 일의 특성상 인터넷 매체가 익숙할 것이 분명한 전직 기자. 하지만 그는 인터넷이 아닌 종이를 읽으라고 권하며 만남을 맺었다. “인터넷의 맹점은 고스란히 복사된다는 거예요. 자꾸 보다보면 잘못된 것도 맞는 것처럼 느껴지죠. 종이책은 하다못해 찌라시도 편집을 다 거치게 되거든요.”

조경란 작가 ‘철학, 안정과 긴장 사이의 균형’

3년 연속 국제도서전에 초빙된 조경란 작가는 한국인이지만 유럽에 알려진 몇 안 되는 소설가다. 2011년 장편소설 ‘혀’가 독일 문학시장 베스트 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생각하고 배우는 게 인생 같아요. ‘철학’은 어려운 게 아니라 매순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잖아요. 거기 ‘일요일’을 붙이면 철학이 일상으로 들어오겠다 생각했어요.” 올해 낸 ‘일요일의 철학’은 6번째 단편소설집이다.

단편집의 제목이자 표제작인 ‘일요일의 철학’은 버클리의 한 대학에 머물며 삶에 대해 성찰한 내용을 담았다. “서울에 있으면 주로 읽고 쓰는 시간을 보내고, 외국에 나가면 긴장하고 깨닫는 시간을 보내요. 제 삶의 다른 두 면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삶의 화두고, 앞으로의 작품들도 삶의 조화라는 틀에서 벗어나진 않을 것 같아요.”

이번 만남은 조경란씨에 대해 많은 걸 알게 하는 자리였다. 좋아하는 색은 튀지 않으면서도 튀는 블랙, 글처럼 다듬어진 정제된 말투. 노력 만큼 성과가 나오고 다른 사람도 기쁘게 할 수 있어 갖게 된 취미가 요리. 매일 씁쓸한 맥주를 즐겨 마심에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은 1.5식. 낮밤이 바뀌어 오전 8시면 자서 오후 1시30분쯤 깨는 생활을 봉천동에서 20년 넘게 하고 있다. 작품처럼 생활에서도 분명한 취향과 패턴을 가진 조경란씨는 특히 건강을 강조했다. “건강을 지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몸이 나쁘면 문장이 명료하게 떨어지지 않거든요.”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3가지 ‘하지 말 것’ 과 한 가지 ‘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 마라’는 첫째, 남과 비교하지 마라. 둘째, 어떤 작가처럼 써야지 생각하지 마라. 셋째, 자신의 재능에 대해 의심하지 마라. ‘하라’는 글쓰기의 정석, ‘많이 읽고 많이 쓰라’였다. 그리고 헤밍웨이의 말을 덧붙였다. “자네들, 작가의 글은 듣는 것, 보는 것, 경험하는 것에서 나오지. 그중에 절반은 읽는 것에서 나온다네.”

정유정 “모험, 길이 없어 만들었다”

괴질이란 거친 주제. 달달한 로맨스라곤 찾아보기 힘든 건조한 전개. 빠르게 호흡을 끊으며 내달리게 하는 짧은 문장. 발간 1주 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소설 ‘28’. 저자 정유정은 남자일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여성이다. 등단 이후에 나온 세 번째 책인데 벌써 그를 기다리는 독자층이 두텁다.

“28. 화가 날 때 이 책의 제목을 읽으면 기분이 좀 풀릴 거예요.” 이 말로 화두를 꺼낸 정유정 작가가 떠난 세상은 현실이 아니라 괴질이 번지는 가상현실이다. 딱 4주, 정체 모를 병이 번지고 제대로 된 대처라곤 하기 어려운 그 짧은 시간 동안 다섯 사람과 개 한 마리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생생한 상황 묘사를 통해 인간성의 재발견을 시도했다.

간호사 출신인 작가는 글을 따로 배운 적이 없다. 데뷔작은 2007년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곧 지천명을 앞둔 걸 감안하면 등단도 늦었다. 하지만 어느 날 혜성처럼 다가온 성공은 아니었다. “데뷔 전 6년 동안 공모전에 11번 떨어졌어요. 패배주의가 안 생길 수가 없었죠. ‘작가가 되고 싶은 건가, 글을 쓰고 싶은 건가’ 수없이 질문했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니 성공하지 못해도 후회는 없을 거란 답을 내렸어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를 보면 이 말이 꼭 답은 아닌 것 같다. 정유정씨의 소설에는 잠수, 개 썰매 끌기 등 독특한 경험이 종종 등장하는데 한 번도 직접 한 적은 없단다. 학교 때 글쓰기 선수였고, 야바위처럼 이야기 들려주기를 즐겼다는 천성 이야기꾼은 겪지 않아도 잘 표현하는 재주가 타고난 모양이다. 그런 그가 언젠가 꼭 작품으로 남기고 싶은 소재는 ‘1인칭 시점 사이코패스’다.

2013 여성신문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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