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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매 맞는 여성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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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1206호 [사회] (2012-10-05)]

아들이 학대한 경우가 전체의 46%… 전용 쉼터는 고작 16곳뿐
노인 학대 신고 69%가 여성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높아
학대 신고 전화 단순화해야


부산에서 살고 있는 김모(80)씨는 막내 아들(42·영업사원)이 퇴근할 때가 되면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겉 보기에는 호남형이라 번듯하지만 아들은 식탁을 발로 걷어차고, 욕도 밥 먹듯이 한다. 지난 여름에는 에어컨을 오래 켰길래 환기하려고 전원을 내렸더니 “왜 에어컨을 끄냐”며 남편에게 손찌검을 했다. 부부가 함께 넘어지면서 둘 다 팔에 깁스를 해야 했다. 김씨는 “내 아들이 무섭다”며 애끓는 울음을 터트렸다.

매 맞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가족 부양 기능이 취약해진 것이 주 요인이다. 노인보호 전문기관 관계자는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노인의 재산을 가로채거나 협박해서 돈을 빼앗는 경제적 학대가 늘고 있다. 감금하거나 또래 노인을 못 만나게 하고 거동이 불편해지면 ‘시설에 입소시켜 버리겠다’며 불안을 조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민주통합당 이언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상담 건수는 3441건으로 파악됐다. 이는 2007년 2312건보다 67%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아들이 학대한 경우가 1777건(2011년 기준)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딸과 배우자가 각각 538건, 481건으로 뒤를 이었다. 학대가 이뤄지는 장소는 가정이 2921건으로 전체의 85%에 달했다. 학대 피해 노인 연령은 70대(45%)가 가장 많았고 80대(30%), 60대(19%) 순이었다.

특히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의 69%(2369명)가 여성 노인으로 남성 노인(31%·1072명)의 두 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여성 비율이 높은 데다 학대 피해 노인의 대부분이 신체적·경제적 약자로 의존성이 강한 특성을 지녀 여성이 학대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0년 전국 재가 노인을 대상으로 노인학대 실태를 조사한 결과 13.8%가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고 학대 경험자의 50% 이상이 5년 이상 학대가 지속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학대 피해 경험자 중 전문기관이나 경찰에 피해 사실을 알린 비율은 불과 2.5%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노인학대가 늘었는데도 대책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학대 피해 노인 전용 쉼터는 전국에 16곳에 불과하다. 노인학대 대부분이 가정과 생활시설에서 이뤄짐을 감안한다면 긴급 대피해 신속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쉼터 마련은 필수다.

안경숙 부산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장은 “학대 피해 노인은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창피해서’ ‘자식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더 큰 보복이 올까봐’ 신고를 꺼린다”며 “노인학대 신고전화(1577-1389)를 1389로 단순화해야 한다. 또 노인보호 전문기관이 요양시설 내 노인학대 실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노인학대 신고자 중 신고 의무자가 신고한 경우는 매년 늘고 있지만 여전히 20%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신고 의무자의 신고율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관장은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양의무자나 보호자 부양 경감대책을 함께 마련하고 일본처럼 이를 노인학대 방지와 함께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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