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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영화 ‘깔깔깔 희망버스’ 이수정 감독 “시위 속에도 기쁨이 있다”

[여성신문1206호 [문화] (2012-10-05)]

김진숙 지도위원과 희망버스 탑승객들 연대의 기록
OST 앨범 제작…수익금은 희망버스 관련 기금 후원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 오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희망버스 탑승객들의 연대 과정을 기록한 다큐영화 ‘깔깔깔 희망버스’가 개봉했다. 여성 감독 이수정(사진)씨가 김진숙과 김여진의 자매애에 공감하고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을 외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뜨겁게 소통한 시민들과 노동자의 연대에 동참하는 사적 고백을 함께 담은 점이 인상적이다. 기존의 경직된 투쟁 방식을 넘어 여성적인 보살핌 연대의 가능성을 연 희망버스 운동의 자유분방하고 유쾌하며 섬세함을 스크린으로 오롯이 옮긴 것이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386 세대인 이 감독은 처음 1차 희망버스의 탑승자로서 노동자와 어울려 춤추고 놀며 투쟁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문화충격을 받는다. ‘진심이 무엇일까, 설마 놀러 온 것일까’라고까지 생각하며 호기심에 카메라를 들었지만 이내 그들의 진심과 염원을 듣고 열정과 노력을 보며 친구이자 지지자가 된다. 다큐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객관성은 부족하지만, 이 공백이 진정성으로 메워지며 오히려 작품성을 높였다.


다음은 이수정 감독과의 인터뷰.

-자본주의의 노동자 착취라는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의식을 담고 있지만 영화는 ‘깔깔깔’이라는 제목처럼 시종일관 유쾌하고 밝다.

“한 관객이 영화를 보고 ‘부끄러우면서도 부럽다’고 하더라. 희망버스가 오가고 김진숙씨가 결국 트레인에서 내려오던 승리의 순간들은 마치 기적처럼 스쳐간 한때의 순간이다. 하지만 그 기억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농성하고 파업하는 일이 항상 괴롭고 힘들지만은 않다, 시위와 연대 속에도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배우 김여진씨를 비롯해 박성미 영화감독, 이동수 시사만화가 등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어떤 극영화 캐릭터보다 매력적이다.

“박 감독의 경우도 처음에는 프랑스에서 영화 공부하고 온 ‘강남녀’라기에 선입견을 갖고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만나보니 모두들 아무 사심 없이 좋아서 참여한 것이더라. 잠자리 걱정 같은 건 1초도 하지 않고, 가야겠다 싶으면 언제든 투쟁의 현장에 가서 밤샘하는 대단한 친구들이다. 고되고 위험한 촬영 과정이었고, 장비가 없어서 스마트폰으로 찍어야 했던 순간도 있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일단 카메라를 잡으면, 렌즈에 비친 사람들 얼굴이 너무 개성 넘치고 아름다워서 빠져들었고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이런 예쁜 사람들의 아우라가 드러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임권택 감독의 연출부를 거쳐 ‘미술관 옆 동물원’ 등 굵직한 영화의 프로듀서로 활약하다 첫 다큐 장편을 선보였다. 앞으로는 어떤 길을 걸을 계획인가.

“영화는 끝났지만 희망버스가 상징하는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최근 ‘무키무키 만만수’ 등 다양한 인디밴드와 희망버스 활동가들이 힘을 합쳐 만든 OST 앨범도 만들었는데, 이를 많이 알리고 팔아서 수익금 전액을 희망버스 관련 기금에 후원할 예정이다. 후속작도 만들고 싶다. 김여진씨를 비롯한 ‘날라리 외부세력’들의 이야기만 가지고도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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